안녕하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4명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과 질환에 이환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2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고 있지만 아직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제게까지 오시는 분들도 문턱이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병원에 찾아오기는 어려웠다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우리 사회의 편견을 지적하는 분도 있고, "취업에 불이익이 있다.", "기록에 남는다." 는 등 공포를 자극하는 마케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라와 문화권에 상관 없는 심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방어기제라고도 하는 자기 보호 본능입니다. 본래 고통이라는 감각은 두 가지 상반된 행동을 일으킵니다. 고통의 근원을 드러내고 도움을 받으려는 행동과 고통을 피하고 싶어 상처를 숨기려는 행동입니다. 몸이 아플 때처럼 마음이 아플 때도 그렇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런 증상으로 와도 되나요?", "제가 정신과에 올 줄은 몰랐어요.", "이게 치료 받는다고 좋아지나요?" 등의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하고 싶은 말은 실은 이런 것 같습니다. '남들은 작은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게는 중요한 문제에요.', '저를 문제있는 사람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좋아지지 않을까봐 두려워요.'. 몸의 문제와는 달리 마음의 문제는 치료 과정 내내 솔직해질 용기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마음들을 봅니다. 병원에 오기를 잘 했다고, 기대 이상으로 좋아졌다고 놀라는 분도 있지만 치료가 어려워서 고생하고 실망하시기도 합니다. 치료과정 또한 삶이 그런 것처럼 위기가 있고, 감동의 순간이 있기도 합니다. 진료나 상담, 약물이 현실적인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반대로 정신과 진료를 본다고 해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다고 해서 정신병자가 되거나 치료에 의존하여 주체적인 삶을 잃어버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떤 기대나 걱정을 가지고 오시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의원의 일차적인 목표는 환자 수의 증가가 아니라 내원객 각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반 진료 뿐만 아니라 정신치료 및 정신분석 클리닉을 운영하여 좀 더 근원적인 상담 욕구가 있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정신질환 뿐 아니라 육아, 직장, 가족관계, 진로, 정체감, 성 관련, 성격, 트라우마, 사별 관련 상담 또한 환영합니다. 안전하고 좋은 치료 경험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의원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춘수 드림.